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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2 인생 첫 에스프레소 도전

by Daisy_On 2020.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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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모티프 커피바에서 설탕 넣은 에스프레소를 마시지 못하고 온 게 못내 아쉬웠다. 에스프레소 때문만은 아니고 모티프 커피바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마냥 가깝진 않은 거리이지만 모티프 커피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번보다 사람이 더 많아서 이번에는 '모티프 북스' 서점쪽에 있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책꽂이 옆에 있는 큰 통창으로 보이는 토분 7개가 예뻐보였다. 자리가 없어서 앉았지만 다른 자리들보다 더욱 마음에 들었다. 합정역에서 10분 남짓한 거리를 걸어와서 약간 더웠던터라 아이스 아메리카노부터 주문했다. 커피가 나오고 창가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때 읽은 책은 김초엽 작가님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천문학을 공부했었던 학부생 시절이 떠올라 재미있게 읽었다. 한 때 천문학자를 꿈꿨지만 막상 공부해보니 너무 어려웠고, 천문학은 천재들의 학문이라며 포기했다. 하지만 별도 많이 보고 천문대 알바도 해보고 즐거운 경험들이 많았으니 진학을 후회하진 않는다. 지난 일이라 좋은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거겠지. 지금도 천문학을 공부하고 있었다면 마냥 재미있었을까, 생각하니 옆에서 대학원생들의 시험지를 채점중인 박사과정 남자친구가 조금 안쓰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다(천문학도는 아니다).

 

모티프 북스 창가자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더위를 한 김 식힌 후, 에그 2호님이 로마에서 만났던 에스프레소에 설탕 한 스푼을 느껴보려 카운터로 갔다. 바리스타님께 혹시 각설탕이 있는지 여쭤보니 각설탕은 없다면서 어떤 걸 먹으려고 하냐고 물으셨다. 에그 2호님이 쓰신 책에서 본 각설탕 넣은 에스프레소 이야기를 하니, 에그 2호님과 이야기했을 때에는 '각'설탕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며 설탕을 넣어먹어도 괜찮을거라 말씀하셔서 도전해보겠다고 이야기했다. 자리에 가서 책을 읽고 있으니 예쁜 나무 쟁반에 에스프레소 한 잔과 흰 설탕, 그리고 물 한 잔을 가져다주셨다. 에스프레소를 처음 먹어본다고 해서 물 한 잔의 배려가 함께 온 것인지, 그 친절함이 따뜻했다. 설탕도 직접 넣어주시고 먹는 방법도 설명해주셨다. 입 안에 묻힌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먹으라며 "식기 전에 드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가셨다.

 

내 인생 첫 에스프레소

 

설레는 마음으로 입에 에스프레소 잔을 가져다 댔을 때, 생각보다 쓴 맛 없이 맛있었다. 하지만 그건 첫 입 뿐이었다. 생각보다 쓰지 않아서 바리스타님의 조금씩 먹으라는 조언을 잊고 조금 더 많이 마셨더니 바로 쓴 맛이 느껴졌다. 에스프레소를 마실 생각에 대비책으로 챙겨왔던 미니 트윅스를 곧장 까서 입으로 넣었다. 이것도 실수였던걸까.. 처음 먹어본 에스프레소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써지기만 했다. 반 정도 남은 상태에서 바리스타님이 다 먹었냐며 물어보러 오셨다. 남은 커피를 보시고 식으면 더 써진다며 설탕을 조금 저어주시고는 빨리 먹는 것을 추천하셨다. '조금씩', '식기 전에' 먹으라는 두 가지 조언을 나는 모두 어긴 셈이었다. 이제라도 바리스타님 말을 잘 들으려 남은 에스프레소를 얼른 마셨다. 설탕이 조금 섞여 먹을 만 했고, 대망의 커피잔 바닥에 남은 에스프레소를 머금은 설탕을 먹을 차례가 왔다. 티스푼으로 갈색이 된 설탕을 긁어먹으니 에스프레소의 쓴 맛이 다 잊혀지는 듯 했다. 바리스타님 말씀대로 달고나 맛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내 인생 첫 에스프레소는 쓴 맛과 단 맛이 함께했지만 결국 끝은 달콤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동안 에스프레소는 엄두도 못냈었는데, 에그 2호님과 모티프 커피바의 바리스타님 덕분에 용기내서 도전해보았다. 첫 에스프레소 도전에 많은 도움을 주신 모티프 커피바 바리스타님께 감사드리며, 추천해주신 에스프레소 맛집 '약수동 리사르 커피'에도 다녀와서 후기를 들려드려야겠다.

 

 

#2

with JY in Motif coffee bar

2020.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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