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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모든 이에게 묻는 책 이야기,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 나쓰카와 소스케 소설

by Daisy_On 2020. 6. 1.

"우리는 왜 책을 읽는걸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소설.

작가님이 대학 시절 닥치는대로 책을 읽으면서 겪어왔던 과정이 이 책에 등장인물들로 나타난다.

작가님뿐만 아니라 다들 이러한 생각들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 나쓰키 린타로는 어릴 적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할아버지와 사는 고등학생이다.

그러던 중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신다.

충격으로 린타로는 학교도 가지 않고 할아버지의 고서점에만 틀어박혀있는다.

그러던 중, 서점 안쪽에서 말하는 고양이 '얼룩'이가 나타나서 린타로에게 도움을 청한다.

갇혀있는 책을 구해달라는 얼룩이의 요구를 받아들여 린타로는 얼룩이를 따라 서점 안쪽으로 가는데, 책장 사이로 끝없는 통로가 이어지고 처음보는 책들을 지나 큰 저택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린타로와 얼룩이가 만난 사람은 매우 많은 책을 읽은 자칭 지식인이다.

그는 한 달에 100권씩 읽는 사람이었고,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읽지 않아 유리케이스에 책을 두고 자물쇠로 잠가두었다.

린타로는 그 광경을 보고 부자연스럽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는 책은 무조건 많이 읽는 사람이 존경받는다며 린타로에게 반박한다.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란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채워도 네가 네 머리로 생각하고 네 발로 걷지 않으면 모든 건 공허한 가짜에 불과해." - p.65

할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린타로가 책만 읽는 것을 보고 하셨던 말씀이다.

이를 떠올린 린타로는 그에게 어떤 사람이 존경받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다만 당신이 책을 사랑하지 않으니 책을 이렇게 대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말에 멈칫한 그는 린타로에게 책을 좋아하냐고 묻고, 좋아한다는 린타로의 대답에 자신도 그렇다며 한결 부드러워진 태도로 이야기한다.

순간, 그가 읽은 책을 자랑하듯 전시해두었던 쇼케이스들이 차례로 무너지며 꽂혀있던 책들이 날아오른다.

그는 린타로에게 귀한 시간이었다며 고맙다고 인사하고 둘은 헤어지게된다.

그렇게 린타로는 첫 번째 미궁을 해결한다.

 

학교를 나오지 않는 린타로를 걱정한 반장 유즈키 사요가 린타로의 고서점에 왔을 때, 린타로도 얼룩이를 보게되고 사요와 린타로는 두 번째 미궁을 같이 해결하러 가게된다.

그들이 두 번째 미궁을 해결하기 위해 간 곳은 연구소같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연구소 소장은 책은 줄거리만 읽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속독법을 개발하고 줄거리를 요약해주는, 그래서 책을 한 문장까지 요약하기 위해 필요없는 부분을 잘라버리는 일을 하고있는 학자였다.

"책을 읽는다고 꼭 기분이 좋아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아. 때로는 한 줄 한 줄을 음미하면서 똑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읽거나 머리를 껴안으면서 천천히 나아가기도 하지.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시야가 탁 펼쳐지는 거란다. 기나긴 등산길을 다 올라가면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야." - p.124

할아버지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 있었던지 모르지만 할아버지가 린타로에게 말하는 듯 했다.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며 책을 자르고 있는 학자에게 린타로는 카세트의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른다.

학자가 그만두라고하자, 린타로는 빨리 감기를 하면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지 않냐며 반박한다.

학자는 그 말을 듣고 멈칫 하더니, 책도 똑같다는건지 물어본다.

학자는 사람들이 읽지 않는 책은 언젠가 사라지는 법이니 현대 사회에 맞게 속독과 줄거리 요약을 한다고 다시 한 번 주장하지만, 린타로는 자신은 단지 책을 좋아할 뿐이기 때문에 아무리 세상 사람들이 원해도 책을 자르는건 반대라고 한다.

학자는 자신도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자, 가위는 사라지고 방안에 쌓여있던 잘린 책 조각들이 날아올라 원래의 책으로 합쳐진다.

학자는 린타로에게 유쾌한 시간이었고, 린타로에게 멋진 미래가 찾아오길 바란다고 인사한다.

두 번째 미궁도 무사히 해결!

 

세 번째 미궁에서 만난 사람은 책을 팔아서 이익만 남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출판사 사장이었다.

이번에도 사요와 함께 셋이 들어갔지만, 얼룩이는 고양이라는 이유로 출입금지 당하고 사요와 린타로만 사장을 만난다.

사장은 무언가 전하기 위해 만드는 책이 아닌 세상이 원하는 책을 만들고 있다며, 손님이 많지 않은 린타로의 고서점을 부정한다.

그러면 얼마를 벌면 만족하겠냐는 린타로의 질문에 사장은 대답하지 못하고, 린타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할아버지께서 종종 말씀하셨어요. 돈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100만 엔이 있으면 200만 엔을 원하게 되고, 1억이 있으면 2억을 원하게 된다고. 그러니까 돈 이야기는 그만두고 오늘 읽은 책 이야기를 하자고. 저도 서점이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돈을 버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 p.195

사장은 그렇게 살면 고생을 많이 해야된다고 하지만, 린타로는 책을 소모품이라고 말하면서 거기 앉아있는 것도 고생이 아닐까요? 라며 반문한다.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책의 모습을 바꾸려고 하는 거라는 린타로의 말에 사장은 말없이 동의한다.

그렇게 사장의 배웅을 받으며 린타로와 사요는 그곳을 나오고 세 번째 미궁도 무사히 해결한다.

 

그렇게 세 번째 미궁까지 모두 무사히 해결했지만, 그 세계에서 유명해진 린타로와 이야기하기 위해 누군가 사요를 납치하고, 린타로는 네 번째 미궁으로 가게된다.

그곳에서 만난 것은 약 1800년 된 책이었다.

여성의 모습을 한 책은 앞의 세 미궁의 모습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준다.

첫 번째 미궁은 책을 더 많이 읽은 자에게 밀려 지위도 명예도 잃었고, 두 번째 미궁은 책 판매도 멈추고 끊이지 않던 강연 의뢰도 없어졌다.

그리고 세 번째 미궁 또한 출판사의 경영 상태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사장은 퇴진하라는 압박을 받고있다.

여성은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보여주며 린타로에게 그들이 행복해보이는지, 그들이 지금 괴로워한다면 린타로가 했던 일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묻는다.

옛날에는 책에 마음이 있는 게 당연했고 책과 이어진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사람이 거의 없는 서글픈 세계에서 책과 이어진 린타로에게 기대를 걸고 여성은 물었지만 린타로는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사요를 되찾지 못한 린타로는 여성을 쫓아가 다시 대답한다.

"어쩌면 책은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르쳐주는 게 아닐까요? 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그려져 있어요. 괴로워하는 사람, 슬퍼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 그런 사람들의 말과 이야기를 만나고 그들과 하나가 됨으로써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 가까운 사람만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의 마음까지도요." - p.261

여성은 발걸음은 멈췄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책이 파괴될 거라고 말한다.

린타로는 파괴하려해도 간단히 파괴되지 않는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책과 이어져있고, 당신이 지금 여기 있는게 가장 큰 증거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여성과 웃으며 작별인사를 하고 무사히 사요를 구해온다.

 


 

첫 번째 미궁 이야기를 읽었을 때, 그냥 단순히 판타지 소설이라고 생각했고 약간 급전개되는 느낌이 있었다.

첫 번째 미궁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졌고, 어떻게보면 억지스럽기까지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보니 적당한 속도였고, 마지막 미궁에서 앞의 세 미궁이 합쳐지며 마무리지어지는 것을 보고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재미만을 위한 판타지 소설이 아니고 '우리는 책을 왜 읽는가?' 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나도 조금씩 저런 모습이 있는 것 같다.

많이 읽는다고 무조건 좋은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면서도 중학생 때 지역 다독왕에 선정되었던 게 자랑스러웠고,

책 읽을 시간이 많지 않다는 핑계로 블로그에 정리된 서평들을 읽으며 줄거리만 읽을 때도 있었고,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 때 베스트 셀러라는 이유로, SNS에서 많이 봤다는 이유로 책을 고른 적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읽기도 했다.

책을 통해서 배울 점이 많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뭘 배운건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이렇게 블로그에 서평을 쓰기 시작하고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지만 이런 책을 읽으니 뜨끔하다.

그리고 이전에 읽은 책에서 연봉에 대해 불만가졌던것에 대답해주듯, 두 번째 미궁에서 돈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니... 소름

대학원생 시절에 여기만 아니면 어디든 괜찮을 것 같다고 했던 게 기억나서 민망해졌다ㅋㅋㅋ

정말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없나보다.

아직은 용기가 안나지만 나중에 독서 모임같은데도 한번 가보고싶다.

그 때를 위해 서평을 쓰고, 다른 서평도 보며 소통하면서 생각을 키워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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