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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 요조, 임경선

by Daisy_On 2020. 6. 28.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예전에 포스팅 했던 <다정한 구원> 작가님이신 임경선 작가님과 뮤지션 요조의 교환일기를 엮은 책이다.
임경선 작가님을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가, 했더니 인스타그램에 #북콘서트 태그를 알림 설정 해놓은 상태라서 거기에 뜬 것을 봤던 것 같다.
요조님은 뮤지션으로 알고 있었는데 북콘서트 태그에서 나오길래 의아했었는데, 음악뿐만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고 계셨다.
글도 쓰고, 노래하고, 영화도 만들고, 제주도에서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둘이 어떻게 친해진건지 궁금하기도 했고, 교환일기라고 하니 신선한 책인 것 같아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이 교환일기는 딱히 정해진 주제 없이 둘이 교환일기를 쓴 것을 그대로 담은 책이다.
인간관계, 일, 사랑 등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둘의 교환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은 재미있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솔직함'에 대한 임경선 작가님의 생각으로 시작한다.
'나다운 삶'을 찾기 위해서라면 나는 그 반대방법이 낫다고 봐. '하고 싶은 걸 찾기'보다 '하기 싫은 걸 하지 않기'부터 시작하는거지. 왜냐, '좋음'보다 '싫음'의 감정이 더 직감적이고 본능적이고 정직해서야. '하기 싫은것/곁에 두고 싶지 않은 사람' 이런 것들을 하나둘 멀리하다보면 내가 뭘 원하는지가 절로 선명해져. ... 직감적으로 '아, 싫다' 라고 느끼면 나를 그들로부터 격리해주는 것이 가장 본질적으로 '나를 사랑하는 법'이라고 생각해 -p.18~19
이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나도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과 척질 필요까지는 없지만, 굳이 가깝게 지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더 멀어지지 않기 위한 방법일 수 있다.
연애도 비슷한 맥락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번 연애를 하면서 '이런 사람을 만나야지' 라고 찾아가는 것 보다는, '이런 사람은 만나지 말아야지' 라는 기준이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런 기준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런 사람을 만나야지' 라고 기준을 세워버리면 그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어진다.
세상에 내 이상형에 딱 부합하는 사람을 찾기란 힘든 일 일테니, 정말 포기할 수 없는 몇가지를 제외하면 이건 절대 안돼, 하는 기준에만 맞다면 나머지는 맞춰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기준을 정한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사랑이겠지만
 
줄리언 반스의 <연애의 기억> 첫 장에 나온 구절로 둘이 이야기를 나눈다.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그게 단 하나의 진짜 질문이다, 라고 나는, 결국, 생각한다. -p.239 (연애의 기억 p.13) 
임경선 작가님은 이 구절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줄리언 반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노라고.'
요조는 이 질문에 대해 이렇게 반문한다.
애초에 사랑이라는 게, 더 할 건지 덜 할 건지 과연 선택할 수 있는 문제냐고 되묻고 싶어요. -p.247
실제로 <연애의 기억>의 첫 구절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그리고 요조는 사랑에 빠지고 난 후의 괴로움보다 사랑에 빠지는 경험 자체의 어려움 때문에 괴로웠다고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도 동감한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일도 굉장히 힘든 일이고 그 둘이 서로 좋아하게 되는 일은 기적같은 일이라고들 한다.
그러니 앞에서 말한 이상형에 대한 이야기는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일 지도 모른다.
어쨋든 선택의 여지는 없지만, 나도 선택을 하자면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 하는 쪽을 택하겠다.
 
둘이 경계하는 인간 타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요조는 어느 쪽으로든 극단적인 태도, 조롱하고 비아냥거리는 태도, 두 가지를 경계한다.
임경선 작가님은 비겁한 사람을 싫어한다.
이 이야기는 사람들은 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할까, 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사람들은 왜 타인의 생각이 나와 같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할까. 상대의 '다름'을 어째서 섣불리 '틀림'으로 낙인찍는 걸까. 한데 요즘 같은 온라인 환경에선 우리는 너무나 많은 타인들을 너무나 가까이서 접하면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더욱 감당하기 버거워하는 것 같아. '톨레랑스' 즉, 관용의 문제랄까. 나와 타인 간에 생각의 차이를 발견했을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태도들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1.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구나. 아, 그렇구나' 하고 차이를 인정하고 그대로 두는 태도.
2. 나와 다른 부분이 조금 불편해서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
3. '왜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좀 더 자세히 알려줄래?' 라고 의견을 주고받거나 토론하는 것. 어느 한쪽이 설득될 수도 있지만, 결론을 내린다거나 누가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건 아냐. 다만 서로의 관점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자신의 논리에서 부족한 부분을 자각하게 되는 효과는 있겠지. -p.107~108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주의깊게 본 내용이다.
나는 상황에 따라 위의 세 가지 태도를 모두 갖고 있기도 하고, 남이 틀렸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경계하고, 나 스스로도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틀렸다고 생각하면 비난하고 싸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냥 상종을 안한다.
하지만 많은 또라이들을 접하며 그냥 다르다고만 치부하기는 쉽지 않다.
정말 어떤 문제든지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는건지 궁금하다.
가끔 남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정말 모든 문제는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 아직 내가 더 수련(?)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 문제는 정말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수 있는건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싶다.
'비겁하다는 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나는 '공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하겠어. ... 우리는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많이들 얘기하지만 '옳고 그름'은 조금 막연하고 어쩐지 윤리의 영역인 것 같아서, 나는 그보다는 가급적 '이것이 공정한가, 공정하지 못한가'의 틀 안에서 여러 사안들을 판단려고 해. -p.122
임경선 작가님의 말대로 '옳고 그름'은 막연하고,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어떤 가치관을 막론하고라도 '틀림'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예전에 한 친구와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서 (피해자가 잘못이 없다는 가정 하에) 누군가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질렀으면, 그건 살인자가 틀린 것 아닌가, 라고 이야기했다.
살인이 범죄라는 것도 결국 인간이 정한 규칙이고, 야생으로 생각을 해보자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인이 무조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는 관점도 있을 것 같다고 친구는 이야기했다.
어디까지가 '다름'이고 어디서부터가 '틀림'일까.
 
요조와 임경선 작가님은 일 스타일에서 극단적으로 다른 스타일이라고 한다.
요조는 웬만해서 거절을 잘 안하고, 일 하는데에 있어서 페이가 1순위가 아니다.
반면 임경선 작가님은 페이 문제를 중요하다고 생각하신다.
모든 이에게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임경선의 페이 협상법'도 나와있어서 재밌게 봤다.
나는 연봉을 협상하는 회사가 아니라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그 밖에 경계해야할 것들에 '돈 외의 다른 대가로 나의 노동을 퉁치기' 가 있었다.
가령 "밥 한번 근사하게 살게요"라고 하면 나는 차라리 그 밥값 입금해줬으면 좋겠어. 밥이 맛있어봐야 얼마나 맛있을 것이며 그것도 불편한 사람과 같이 밥을 먹어주고 대화까지 나눠줘야 한다니, 그거야말로 돈을 받고 싶은 심정. 거기까지 오가는 시간과 차비도 아깝고 말야. 요조야, 나 너무 썩었니? -p.142
아니, 전혀 안썩었고 너무너무 동감한다.
이 회사에 입사하고 첫 성과평가 때, 막내라고 C를 받았다.
(나는 공무원이 아니지만) 공무원들은 다 그렇게 한다면서, 미안하다고 밥을 사주신다고 하셨다.
공무원의 장점은 연구원들에게 적용해주지 않으면서 이딴 더러운 관습은 왜 따라야 하는건지?
(이 책에도 나오듯이) 프리랜서만의 고충이 당연히 있겠지만, 안가본 길에 대한 동경은 있으니 나도 막연히 프리랜서를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능력이 있어야겠지...


'교환일기'라는 단어 자체를 너무 오랜만에 들어서 옛날 생각이 나기도 하고, 작가님들의 여러 가지 생각들을 볼 수 있어서 재밌게 봤다.
뮤지션으로의 요조만 알았었는데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어 신선했고, 임경선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더 보고싶어졌다.
각자 네이버 오디오 클립(요조의 세상에 이런 책이, 임경선의 개인주의 인생상담 시즌2)도 진행하고 있다고 해서 한 번 찾아보려고 한다.
 
+여담으로, 이런걸 서평이라고 할 수 있나요?
서평은 말그대로 책을 평가하는 건데, 내 글은 평가라기보다는 감상을 적은 독후감? 에 가깝다.
책에 관련된 포스팅을 하고, 다른 사람들의 포스팅도 접하다보니 보통 서평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건지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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