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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섭리를 은유한 <마크툽> - 파울로 코엘료

by Daisy_On 2020. 7. 8.


'마크툽'은 아랍어로 '모든 것은 이미 기록되어 있다'는 뜻으로, 신의 섭리를 은유한다.

(마크툽이라고 해서 사실 가수를 먼저 떠올렸다...)

이 책은 파울로 코엘료가 영감을 얻은 다양한 이야기의 우화집으로, 한 편당 3페이지 이내의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있다.

슥 펼쳐보니 그림도 많고 짧은 글들이 여러 개 있는 형식으로 되어있어 가볍게 읽기 좋아보여서 빌려왔다.

나는 무신론자이고 개인적으로 종교색이 나는 글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모든 글은 아니지만 대놓고 종교적인 글이라서 읽다가 덮었다.

아직 내가 부족한지 대부분 공감하기 힘든 이야기들이었지만, 중간에 마음에 드는 구절도 있긴 했다.

 

"나는 개척자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들은 인디언과 싸우고, 사막을 건너고,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물과 식량을 구했다. 서부 개척시대에 쓰인 글들에서, 우리는 이상한 사실 하나를 발견한다. 개척자들이 기분 좋은 사건들만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불평하기보다는 노래를 짓고, 자기들이 겪는 어려움을 농담거리로 삼았다. 그렇게 낙담과 우율한 기분으로부터 거리를 두었다. 지금 나는 여든여덟 살이 되었지만 그들처럼 하려고 노력한다." -p.225

 

나는 내가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렇지 않은 모습도 많은 것 같다고 느꼈다.

위 이야기는 프래지어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며 한 이야기이다.

나는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틀어지고 말고 할 시간도 딱히 없었지만, 여든여덟살까지 그렇게 지낼 수 있을 지 상상해보면 힘들 것 같다.

예전에 비해 불평이 늘어난 지금의 나에 대해 반성하게 되는 글이다.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써라! 편지를, 일기를. 아니면 전화 통화하면서 종이에 메모라도 해라. 어쨌든 써라! 쓰는 행위는 우리를 신 그리고 이웃과 가까워지게 한다. 이 세상에서 너희가 감당해야 할 역할을 잘 이해하고 싶다면 글을 써라.

아무도 그 글을 읽지 않는다 해도, 또는 너희가 비밀로 간직하려 한 글을 결국 누군가가 읽는다 해도, 글을 통해 너희의 영혼을 작동시키도록 애써라. 글을 쓰는 단순한 행위가 생각을 정리하고 주위의 일들을 명확히 파악하도록 도와준다. 종이 한 장과 펜 한 자루가 기적을 일으킨다. 그것은 고통을 치유해주고, 꿈을 실현해주고, 잃어버렸던 희망을 일깨워준다. 글에는 힘이 있다." -p. 265.

 

나는 이과적인 성향이 짙은 사람이다.

책 읽는 것은 좋아했었지만 글쓰기에는 전혀 취미도 관심도 없었는데 블로그를 하게 되면서 글쓰기에 욕심이 생겼다.

위 이야기처럼 글 쓰는것만으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조금 더 깊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글에는 힘이 있다는 말에 공감되었고, 나도 뭐라도 쓰는 행위를 통해 나를 발전시키고싶다.

 

다음은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쓴 글이다.

"나는 끊임없이 다시 태어난다. 아침마다 삶을 다시 산다. 그런 식으로 하루를 시작한 지 80년이다. 그것은 타성에 사로잡힌 기계적인 행동이 아니라, 내 행복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아침이 되면 잠에서 깨어 피아노 앞에 앉는다. 전주곡 두 곡과 바흐의 푸가 한 곡을 연주한다. 그 음악들이 내 집을 축복으로 가득 채운다. 그것은 삶의 신비 그리고 인간의 일부를 이루는 기적과 접촉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80년 동안 이 습관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가 연주하는 음악은 결코 똑같지 않다. 음악은 항상 새롭고 환상적이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굉장한 것을 나에게 가르쳐준다." -p.297

 

나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그냥 좋아하는거지 믿을 수 없을 만큼 굉장한 것을 나에게 가르쳐준다는 말에는 아직 공감이 안된다.

나도 여든이 되면 공감할 수 있을까?

아침을 피아노 연주와 함께 시작한다는 것도 너무 멋지다.

나도 나중에 내 집이 생기면 언젠가는 그랜드 피아노를 갖고싶다.

(그랜드 피아노는 둘째치고 그랜드 피아노가 들어갈 수 있는 집에 살 수 있을까.......?)

악보대로 치는 건 쉽지만, 음악에 감정을 담아서 연주하는 것은 매우매우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나도 항상 새로운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파블로 카잘스의 실력과 끈기를 배우고싶다.

 

 

나에게는 그다지 와닿지 않는 책이었지만, 기독교인들은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기독교가 아니더라도 신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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