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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의 깨달음, 인생에서 다 나쁘기만 한 것은 없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 류시화 시인 에세이

by Daisy_On 2020. 8. 15.

 

예전에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 서평에서 '옳고 그름'의 기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류시화 시인의 에세이,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는 인생에서 다 나쁜것은 없다는 작가의 깨달음을 담고 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류시화 시인의 인도에서의 삶을 보여주고있다.

작가님이 인도에서 명상을 하며 깨달은 것들을 책으로 쓴 것 같았고, 요가이야기도 종종 나왔다.

요즘 요가를 열심히 하고 있어서 더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크게 여섯 파트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각 파트의 맨 앞에는 그림과 짧은 글이 있었다.

안전하고 확실한 것에만 투자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당신은 행성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안전하게 살아가려고 마음먹는 순간 삶은 우리를 절벽으로 밀어뜨린다. 파도가 후려친다면, 그것은 새로운 삶을 살 때가 되었다는 메시지이다. 어떤 상실과 잃음도 괜히 온 게 아니다.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고통은 추락이 아니라 재탄생의 순간이고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다. 신은 구불구불한 글씨로 똑바르게 메시지를 적는다.

첫 장에 나온 내용이다. 

최근에 주식 계좌를 만들어서 주식 투자를 소심하게 시작했는데 첫 문장부터 이런 말이 나와서 소름돋았다.....

 

어쨋든, 위 메시지처럼 위기를 기회로 만든 '머레이 페라이어'라는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 이야기가 나왔다.

전성기에 페라이어는 손가락에 염증이 생겨 대수술을 받느라 몇 해 동안 피아노를 칠 수 없게되었다.

하지만 이 시간동안 페라이어는 음악에 대해 폭넓게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되었고, 작곡가가 무슨 생각으로 곡을 썼을 지 고민하며 해답을 발견해 나갔다. 

이 시기를 지난 페라이어는 무척 성장해서 '건반 위의 음유시인'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페라이어가 해석한 베토벤의 <월광 소타나>가 인상적이다.

많은 학자들이 <월광 소나타>는 달빛과는 상관없다고,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경매에서 이 곡을 작곡하기 직전 베토벤이 쓴, '에올리언 하프를 사야겠다'는 메모가 발견되었다. 바람이 하프의 현에 닿아 소리를 만들면,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가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에올리언 하프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젊은 연인이 세상을 떠나면 달빛만 있는 행성에 간다는 전설이 있다. 이들이 사는 고독한 섬과 같은 슬픔이 에올리언 하프를 울려 우리에게 전달된다는 생각을 베토벤은 <월광 소나타>에 담은 것이다. - p.40~41

 

"불완전한 사람도 완벽한 장미를 선물할 수 있다"는 소제목이 붙은 부분도 인상깊었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해주고싶을 때,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야할 지 잘 모를 때도 있다.

이 내용은 "넌 정상이야. 넌 아무 문제 없어"라는 지나친 독려보다는 "넌 비정상이긴 하지만 완전히 비정상인 건 아냐. 넌 문제투성이지만 적어도 문제를 만드는 능력이 있어. 그러니 아주 망가진 건 아니야."라는 말이 정신적 위기의 순간에 우리를 붙들어줄 수 있는 말이 아닐 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불완전하지만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지만, 스스로에게 해주어도 좋은 말인 것 같다.

 

'꿈은 동사여야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이 책에서는 "나의 품사"에 대해 이야기하고있고, 나의 품사 또한 동사라는 것을 말하고있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자신의 직업이나 역할, 지위 등으로 대답한다면 존재 자체가 아니라 역할이나 지위 등에만 관심이 쏠릴 수 있다.

인생의 시작에 있든 끝에 있든, 절정기에 있든 절막의 나락에 있든, 우리는 언제나 모든 상황을 초월한 존재이다. 당신은 당신이 앓고 있는 병이나 직업이 아니라 당신 자신일 뿐이다. 삶이란 무엇을 하는가가 아닌, 존재에 관한 문제이다. - p.118, <인생 수업>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나는 무엇이 아닌가?'라는 물음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한다.

"우리가 무엇이 아닌지를 관찰하면서,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놀라운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p.120

이런 철학적인 주제로 잘 생각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고, 여전히 답은 모르겠다.

 

남에 대해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으려고 경계하고 있지만, 순간순간 나도 모르게 그럴 때가 있다.

한 스승이 네 명의 제자에게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는 법을 알려주려고 한 명씩 다른 계절에 배나무 한 그루를 보고 오게 했다.

사계절의 배나무는 모두 달랐기 때문에 제자들은 각자 다른 평가를 하였고, 서로의 평가에 동의할 수 없었다.

제자들의 평가에 대해 스승이 이야기했다.

"나무에 대해서든 사람에 대해서든 한 계절의 모습으로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나무와 사람은 모든 계절을 겪은 후에야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힘든 계절만으로 인생을 판단해선 안 된다. 한 계절의 고통으로 나머지 계절들이 가져다줄 기쁨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겨울만 겪어보고 포기하면 봄의 약속도, 여름의 아름다움도, 가을의 결실도 놓칠 것이다." -p.183~184

전적으로 동의하는 이야기이지만, 동요없이 겨울을 기다리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고, 타인에 대해서도 일부분만 가지고 전체를 속단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으려 노력해야겠다.


인상깊었던 이야기 몇 가지에 대해서만 소개하고 내 생각을 적어보았다.

언급한 이야기들뿐만아니라 많은 이야기들이 마음에 들었다.

'하타요가'의 '하'는 해이고 '타'는 달을 의미한다는 이야기, 인도의 인삿말 '나마스테'는 '나 안의 신이 당신 안에 있는 신에게 경배합니다.'라는 뜻의 이야기 등 요가 관련 이야기도 가끔 나와서 더 재미있게 본 것 같다.

운동으로 요가를 열심히 하고있지만 요가는 내면을 수련하는 목적이기도 한데, 그 목적은 언제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은 자세를 따라하기 바쁘지만 계속 열심히 해서 내면 수련도 가능한 경지에 이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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